수원목장의 혈투(2) -- 2003.09.23

박종규 주심이 취한 수원 삼성의 에니오에 대한 '퇴장'은 이후 벌어질 사태에 대한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한 꼴이됐다. 왜냐면 이후부터는 선수와 선수간의 감정싸움에서 제3자의 출현을 예견시킨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그 '제3자'란 다름아닌 '관중'의 그라운드 난입이었다.

난입?! 그라운드로 뛰어들었던 관중 입장에서 보면 분명 이는 '귀와 눈'을 거슬리게 하는 표현이겠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난입이라고 밖에는...

<전개 2>

'감정은 또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수원 에니오가 퇴장을 당하자 동료들은 박종규 주심에게 모두 다가가 항의를 한다. 그러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쯤에서 사태는 대강 해결될 것으로 보였었다. 최소한 이 순간 만큼은 그랬었다. 승부도 2-2 동점이 됐고 울산 현대선수들의 감정도 수원 에니오의 퇴장으로 어느정도 진정시겼고...그러나 끝난 게 아니었다.

<최악의 사태로...>

사태수습이 되 갈 무렵은 인저리타임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대기심은 전자게시판을 통해 3분의 인저리타임을 알렸지만, 박종규 주심은 곧바로 '경기종료' 휘슬을 불어 버렸던 것.

"어허! 통재라."

경기종료와 동시에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어가며 사태를 더욱 이상하게 몰고가는 장본인이 있었으니 그는 코치였고, 예전 한국국가대표로도 명성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둘리' 박진섭(가운데)과 김현석이 사력을 다해 말리는 코치(사진 가운데 아래)는 다름아닌 정종수 코치였다. 사진으로 볼 때 분명 김현석과 박진섭의 의도는 "이 정도면 됐다"는 모습이었다. 더이상의 사태발전을 원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모습을 목격하고 흥분하게 되는 또다른 외부인이 등장, 즉 그라운드로의 난입을 시도한 제3자의 출현을 의미하는데 그는 또한 과연 누구이었겠는가?

관중이었다. 이른바 '열성팬'. 선수들의 감정싸움과 심판의 행동, 그리고 정종수코치의 흥분 등을 목격하던 한 열혈관중이 그라운드로의 난입을 시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부터 더 이상한 장면들이 비춰지게 된다. 그라운드로 난입한 관중을 진압(?)하던 보안요원들과 선수들이 시선과 발걸음이 또한 엉뚱한 곳으로 쏠리게 된다.

"모두 어딜가는 거야?"

그라운드로 진입해 울산 김현석에게 발길질을 가한 관중을 진압하는 사이, 박종규 주심은 관중석에서 날아드는 물병세례를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마지막까지 흥분을 자제하던 울산 현대의 김정남 감독이 박종규 주심의 멱살을 잡으며 실력행사를 하는 바람에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치닫게 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선수와 관중 그리고 코칭스테프, 축구관계자 모두가 뒤엉켜 벌이는 촌극 중의 촌극이었다.

<결말...>

그러나 폭력사태로 얼룩진 '수원목장의 혈투'는 결국 선수 개개인의 자정 노력으로 서서히 진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 다행이었다.

월드컵을 치룬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후배는 선배를 말리고 선수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테프를 말리고, 보안요원과 홈팀관계자들은 관중들을 진정시키고...잠깐사이, 사태는 벌써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안정을 되찾게 된다.

물론 서로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건 아니었지만, 각자의 목소리들을 한 두번씩 더 높이더니...결국은 상황종료를 알리는 마지막 모습을 연출하게 되는데...

동분서주하며 동료들의 진정을 호소했던 울산의 '골리앗' 서동명을 비롯한 월드컵 전사 현영민과 박진섭 등 현대선수들이 서포터스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린뒤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서동명의 긴머리 정리하는 모습이, 골치 아팠던 한 때를 회상하기 싫은 선수들 각자의 마음을 잘 말해주고 있는듯 하다.  

'수원목장의 혈투'는 하늘의 노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짙은 먹구름이 금방이라도 비를 내릴듯 으르릉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빠져나간 시간임에도 보안요원들은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상사를 염려해 수원월드컵목장 입구를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

1회 상영으로 막을 내린 '수원목장의 혈투'는 이렇게 끝이났고, 관객들에게는 '다시보고 싶지 않은 재미없는 영화'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