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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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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① 리모델링의 함정

고금리 고정이자 상품 해약은 금물






중복 보장은 잡아주고 부족한 보장은 채워준다?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면서 주로 하는 말이다. 보험 리모델링은 새로운 보험 상품이 출시됐을 때 기존에 가입한 보험 중 불필요한 보험은 정리하고 새로운 보험은 가입하는 방식으로 보험 포트폴리오를 다시 구성하는 행위다. 가계 재무 상황이 급변하거나 나이가 들면서 필요한 보장 내용이 달라졌다면 보험 리모델링을 통해 보험 상황을 재점검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물론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일단 수입 대비 보험료 지출이 과도한 경우 보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특히 마이너스통장에서 보험료를 자동이체할 정도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면 반드시 보험을 리모델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계 소득 대비 보험료 적정 규모는 월 소득의 8~10% 이내다. 만약 월 소득 대비 보험료가 15%를 넘는 경우 평균적으로 보험을 과도하게 많이 가입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보험에 가입하는 목적이 투자가 아니라 보장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저축성보험에 가입했다면 리모델링하는 편이 좋다. 저축성보험은 수년 동안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를 보험료에서 제외한 금액에서 이자가 붙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장이 무엇인지 선택해 보장이 중복되는 상품도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하거나 수당을 노린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보험 리모델링을 핑계로 오히려 보험 포트폴리오를 엉망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보장한도가 변경된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이다.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실손보험의 보장한도는 100%에서 지난해 8월부터 90%로 축소됐다. 따라서 지난해 8월 이전 가입한 실손보험이 최근 가입하는 실손보험보다 일반적으로 유리하다. 그렇지만 일부 보험설계사들은 기존 실손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등장한 실손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올해 초 실손보험에 가입한 심 모 씨는 “기존 실손보험은 치아우식증(충치)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새로 출시된 실손보험으로 가입할 것으로 보험설계사가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새로 가입한 실손보험은 보장한도가 낮다는 사실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은 보험 보장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참고로 치과 치료는 대부분이 비급여 치료다.

무조건 오래됐다는 이유로 예전에 가입했던 보험 상품을 해약하고 신상품 가입을 권하는 사례도 있다. 현재 보험 상품은 대부분 변동이자 상품이다. 그렇지만 2001년 이전에 판매되던 저축보험 중 일부 상품은 7~10%대의 고정이자를 보장하던 상품이 있었다. 특히 최근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이런 상품은 보험 가입자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보장한도가 100%인 실손보험이나 고금리 고정이자를 보장하는 상품은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 번 해약하면 재가입이 불가능하다.

한 보험설계사는 “멀쩡한 보험을 해지시키고 새로운 보험에 가입시키는 보험설계사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결국 보험사에 있다”고 보험사를 비난했다. 그는 “보험사들이 해마다 연도대상을 개최하는 등 보험료를 많이 유치한 보험설계사를 우대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심적으로 영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자의 이익이 아니라 보험사의 신상품 판매 촉진을 위해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고 있는 행태는 금융감독원의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 감사 결과 삼성생명은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는 방식으로 통합보험 신계약을 유치해 금융감독원 징계를 받았다.

문재익 금융감독원 생명보험서비스국 부국장은 “기존 보험과 통합 보험을 비교 설명하는 과정에서 기존 계약이 필요 없는 것처럼 설명해 새로운 계약 가입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법 제97조는 새로운 보험 계약을 청약하게 유도하는 과정에서 이미 성립한 보험 계약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표본 조사 결과 삼성생명 통합보험 신계약 중 21만건이 이런 방식으로 체결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저금리 기조도 보험사들이 보험 리모델링을 권하는 ‘보이지 않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2월 2%로 변경한 이래 약 17개월을 유지했다. 지난 7월 2.25%로 기준금리를 변경하긴 했지만 여전히 초저금리 수준이다. 자산운용 구조상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보험사들은 자산운용 수익률이 감소한다. 반면 고금리 시절 판매했던 상품에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자율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은 커진다.

어쩔 수 없이 보험을 해약해야 한다면 보험 리모델링보다는 보험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감액완납제도나 자동대출납입제도 등을 활용하면 비효율적인 보험 리모델링보다 이익이다. 참고로 감액완납제도는 애당초 가입한 계약의 보장기간과 지급조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장금액만 낮출 수 있는 제도다. 자동대출납입제도는 기존에 자신이 납부한 상품의 해약환급금 범위 안에서 회사가 보험료를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예전에 가입한 보험 상품은 대체적으로 예정이율이 높아 보험료가 싸고 지속적인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 유리한 경우가 많다. 또한 생명보험과 건강보험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험료가 비싸지고 재가입이 어렵다”며 “보험 리모델링을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무턱대고 보험을 해약할 경우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바람직한 보험 리모델링 사례
중복 가입 없애고 사망보험 늘려






35세 부인과 5살, 1살 두 자녀를 두고 있는 A씨(38) 가정의 보험가입 현황은 이랬다. A씨는 건강(알리안츠)과 종신(메트라이프), 연금(교보생명)보험을 고루 들었다. 전문가 조언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합격점. 10년 납입 뒤 70세까지 보장받는다는 내용으로 2011년 12월 완납하면 70세까지 혜택을 누린다. 평균수명에 비해 보장기간이 짧다는 점이 아쉽지만 종신보험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연금보험은 무난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소득공제용으로는 적합하다는 것. 다만 70세 이후 받을 연금액이 많지 않고 연금수령 때 세금을 내야 한다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다. 지인의 권유로 가입한 종신보험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월 13만원씩 납입해 총 납입보험료는 960만원이지만, 만기환급금은 627만원으로 현저히 적다. 본인 사망 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3000만원에 불과하다. 부인이 가정주부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부인의 보험 가입 현황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29세 때 가입한 종신보험(푸르덴셜)은 남편보다 보장내용이 더 좋았다는 게 곽귀자 메트라이프 플래너의 설명이다. 2004년부터 보험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지된 뇌경색도 포함돼 있고 사망보험금도 5000만원이나 된다. 총 납입보험료가 2000만원인데 해약환급금은 3300만원대로 현저히 높다. 변액연금보험(미래에셋)도 괜찮다는 평가. 그러나 역시 지인의 권유로 가입한 의료보험(동부화재)은 의료실손보험뿐 아니라 생명보험까지 돼 있어 불필요한 중복 가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리모델링 결과, A씨 종신보험 중 의료비 특약이 과다했다. 13만4000원에서 10만2000원으로 보험료를 줄이고 보장도 다소 줄였다. 그러나 가장인 A씨가 60세 이후 사망할 때 받을 수 있는 보험금 3000만원은 남은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기엔 부족했다. 사망 이후 보상금을 2억원으로 늘렸더니 A씨의 종신보험료는 25만원으로 늘어났다.

가족 전체 의료실손보험 추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침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가족 전체에 대한 의료비 보장을 강화했다. 부인 이름으로 가족 의료 실비 보험 8만원짜리를 들어 전체 가족이 모두 실비 보장을 받도록 했다. 다만 중복 가입 성격이 짙은 동부화재 건강보험을 해약했다. A씨 가정의 전체 보험료는 11만원가량 늘었다. 리모델링 이후론 질병에 걸렸을 때의 치료비를 확실하게 받을 수 있고, 가장 사망 시 보장금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다.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② ‘껍데기 보험’이 판친다

“보험금 받으려면 암 말기까지 기다려라?”






김성주 씨(48·가명)는 몇 해 전 오랜 친구를 위암으로 떠나보냈다. 그는 ‘가장이 병에 걸리면 치료비 때문에 가족들이 고생하겠구나’ 싶어 3년 전 CI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김 씨는 실제로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암을 초기에 발견해 종양 크기가 작고 수술 없이 치료만으로 완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CI보험이 한때 큰 인기를 끌었지만 사각지대가 많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CI는 ‘중대한 질병(Critical Illness)’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CI보험은 글자 그대로 치명적이고 중대한 질병에 대비한 급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장항목은 암, 급성심근경색증, 뇌졸중, 화상과 부식, 만성 폐질환이다. 중대한 수술은 관상동맥과 심장판막수술, 5대 장기이식수술 등이다.

문제는 ‘중대한’이란 단서조항에 있다. 일반적인 암이나, 뇌졸중, 화상 등은 보장이 안 된다. 때문에 어느 수준이 중대한 질병인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김 씨의 전립선암은 장기를 파괴하는 수준의 악성종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CI보험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뇌졸중도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언어장애·운동실조·마비)이 나타나는 질병’으로 규정해 외상이나 뇌종양으로 인한 뇌졸중은 보상금이 없다.

진단 뒤 1회만 지급하기 때문에 질병이 재발할 때나 병으로 장애가 생겼을 때 보상금이 없다는 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한 일선 보험설계사는 “CI보험은 보험사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지급 규정도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다는 게 문제”라며 “보험설계사들에게 다른 보험보다 수당을 많이 줘 붐을 일으킨 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든 암 발병을 보장하는 일반 암보험과의 차이도 별반 없다. 한 보험사 통계에 따르면 일반 암보험 가입자의 암 발병률이 10만명에 128명이었는데, 보장조건이 까다로운 CI보험도 127명으로 비슷했다. 보험료는 일반 보험보다 20% 이상 비싸지만 보장 범위가 더 넓지는 않다는 얘기다.

약관은 암호 수준…‘중대한’ 질병도 자의적 해석 가능






‘실버’라는 이름을 걸고 팔리는 노인성 질환 대비 보험도 논란거리다. 주로 치매를 대비한 실버보험은 진단서도 필요 없이 가입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2005년 4700억원이던 실버보험시장은 2008년 7000억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치매에 걸려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허다하다. 인지기능검사(CDR) 3점 이상인 중증 치매만 보장하기 때문이다. CDR 3점 이상 치매는 시간과 장소의 개념이 없어 혼자서는 생활을 못하는 매우 중한 상태다. 거의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수준이다. 최초 진단에서 3점 이상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치매 범위도 매우 좁다. 알츠하이머처럼 질병에 의한 치매, 즉 ‘기질성 치매’만 대상이다. 사고에 의한 ‘외상성 치매’는 빠진다. 기질성 치매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노인들은 잘못 가입하기 십상. 때문에 치매에 걸리더라도 약관에 따라 ‘스탠더드’에 맞춰 걸려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일선에선 중증이어야 한다는 점을 알리지 않고 치매에만 걸리면 보상받을 수 있다고 현혹하는 보험설계사들이 상당수다. 의사의 치매진단이 있었다고 해도 곧장 보험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보험회사는 의사의 진단 확정 이후 간병이 필요한 상태가 180일 이상 계속될 때 최초 1회 지급한다.

최고한도 보상액에 현혹되지 말아야

보험사가 ‘최고한도’ 보상액을 기준으로 설명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골절사고 때 최고 1500만원이라는 말에 보험 가입을 한 김 모 씨는 막상 척추골절 진단을 받고도 1500만원의 12%인 180만원밖에 보상받지 못했다. 약관을 보니 1500만원을 받으려면 온 몸의 뼈가 모두 부러져야 했다. 10년 뒤 갱신 때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갱신될 때마다 보험료가 40~50%씩 오르는 일도 부지기수다. 보험료 계좌 자동이체가 설정된 경우 인상분은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노인보험 대부분이 가입 2년 뒤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도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무진단·무고지·무심사’를 강조하는 실버보험은 대부분 가입된 2년 이내엔 재해사망 시에만 보험금 100%를 지급한다. 질병사망 시에는 낸 보험료만 돌려주는 수준이다.

치아치료비용이 증가하면서 관심을 끄는 치아보험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치아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는 충치나 잇몸질환에 따른 발치뿐이다. 외상으로 인한 치아손실에 대해선 보장혜택이 없다. 또 가입 1년 이후에는 보장액의 50%만, 2년 이후에야 100%를 지급한다는 점을 모르는 가입자도 많다. 노인보험과 마찬가지로 5년 만기 갱신 시점에서 보험금이 급격히 오를 가능성도 있다.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③ 설계사는 누구 편일까

몸이 가벼운 철새 설계사 조심하라


설 계사 권유로 변액보험에 가입한 A씨. 설계사는 가입 당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해당 상품을 마치 펀드 상품처럼 설명했다. 2년 의무납입 후에는 정지나 인출이 가능하다고 했고, 2년 이상 납입하면 해약 시 상당한 수익을 보장한다고 했다. 7년짜리 적립보험을 가입해 본 A씨는 변액적립보험도 비슷한 상품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상품 설명을 다시 읽어보니 10년 이상 장기로 납입할 것이 아니면 이익보다 불이익이 크다는 사실을 알았다.

최근 불완전판매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변액보험은 대표적으로 설계사 수당이 많은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설계사들이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해 연간 받을 수 있는 수당은 한 달 보험료의 200~600% 선으로 상품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지만 일부 보험사들은 변액종신보험을 팔면서 판매 다음 달에 무려 600%나 수당을 선지급하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래서 일부 설계사 중에는 마치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듯 1회 보험료는 자신이 납부해 주겠다며 가입을 권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험상식충전소’ 저자인 김창호 박사는 “과거에는 설계사 수당을 1~2년에 나눠 지급했지만 외국계 보험회사가 들어오면서 일부 보험사들이 계약체결 후 다음 달에 일시불로 수백 퍼센트 씩 수당을 지급하면서 이런 실적에 급급한 불완전판매가 늘어났다”고 설명한다.

이뿐 아니다. 수당을 의식한 설계사들은 기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상품이 있으니 해약을 하고 다시 가입하라”며 승환계약(보험을 갈아타는 계약)을 유도한다.

물론 모든 보험설계사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고객의 평생 재무설계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상품 권유에 신중한 설계사들도 많다.

박기억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설계사제도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보험설계사는 보험회사와 계약자의 보험계약 체결을 단순히 중개하는 중개자일 뿐, 법적으로 보험사를 대리하는 권한이 전혀 없다. 보험모집인제도는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 유럽 등에서는 대리점제도가 보편화돼 있다. 이들 보험대리점은 ‘계약체결권, 보험료수령권, 알릴의무수령권’ 등 보험 3권을 모두 갖고 있어 법적으로 보험사를 대리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모집인은 이 같은 보험 3권이 없다. 또한 같은 보험 모집인이라고 해도 일본은 보험회사에 정식 고용된 설계사들이 회사의 권리를 일부 대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우리나라 설계사의 법적지위는 보험사와 소비자의 계약 중개인에 그친다. 따라서 구두로 설계사에게 “알릴 것을 모두 알리고, 보험료를 납부해 계약이 체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도 보험사에 이 내용이 보고되지 않았다면 완전한 계약이 아니라는 뜻이다.

소속 이동이 많은 ‘철새 설계사’가 여전히 많은 것도 문제다. 보험소비자연맹 발표에 따르면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생명보험업계에서 1년 이상 한 회사에 재직한 설계사 비율은 평균 33.3%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1년 이상 근무하는 설계사 비율이 10%대에 불과한 생보사도 여러 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를 선택하기 전에 13개월 차 설계사 정착률, 계약유지율이 높은 회사인지 살피고, 소속을 자주 바꾸는 설계사를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④ 사라져가는 암 전용 보험

암보험금 지급 증가로 판매 꺼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건강검진도 많이 하다 보니 암 진단과 발병률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암보험 상품 위험률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인데, 회사에서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암보험을 팔 이유가 없죠. 대신 돈 되는 종신이나 연금보험 가입을 유도하면서 암은 특약으로 보장받으라고 권유합니다.”

전직 보험설계사 A씨 얘기다. 요즘 암 전용 보험이 사라지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로 암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보험금 지급이 늘어, 보험사로선 수지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이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보험이라는 말이 암보험에 딱 들어맞는다.

업계에선 조기 암 진단율이 높아지면서 신규 암 환자 수가 2005년 14만명에서 2015년 2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자연히 보험사 손해율은 자꾸 높아진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암보험 손해율이 120%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소리다.

반면 소비자는 의료기술 발달 덕분에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암을 이겨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암보험은 일반인에게 가장 필요한 보험이지만 정작 이를 판매하는 곳이 많지 않다.

지난 2003년만 하더라도 16개 생보사에서 암 전용 보험을 판매했다. 그러나 암보험의 사차손(예정 사망률과 실제 사망률 차이로 인한 손해)이 크게 증가하자 지난 2006년부터 대형사들까지 암 전용 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암 전용 보험을 없애는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암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현재 암 전용 보험을 판매하는 곳은 신한생명, 하나HSBC생명, 우리아비바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 7곳. 미래에셋생명도 8월까지 암 전용 보험인 ‘파워라이프암보험’을 판매해왔지만 9월부터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암보험 판매로 당장 손해를 입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판매를 중단했다”고 설명한다.

남아 있는 암 전용 보험도 대부분 보험사에 유리한 자동갱신상품이다. 암보험은 크게 비갱신형(정액형)과 갱신형으로 나뉜다. 비갱신형은 보험 기간에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손해율이 올라도 소비자는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한다. 반대로 갱신형 암보험은 손해율과 비례해 보험료가 변동된다. 즉, 갱신 전에 암이 발병하면 갱신이 안 된다. 보험사에서는 수지 악화와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를 연동할 수 있는 갱신형 상품을 선호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보면 비갱신형 상품이 좋다. 물론 기본 보험료는 비갱신형이 갱신형보다 높다. 그래도 암은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률이 증가하므로 비갱신형이 소비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현재 정액형 상품을 파는 곳은 신한생명과 kdb생명, 우리아비바생명, AIA생명, 하나HSBC 등이다. 나머지 보험사들은 3년에 한 번씩 연령과 위험률 증가에 따라 보험료를 다시 산출하는 갱신형으로 판매한다. 현재 22개 생보사에서 판매하는 암 특약보험 종류는 140여가지로 이 중 100여개가 자동갱신형이다. 또한 일부 특약의 경우에는 1년 자동갱신특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손승수 신한생명 차장은 “암보험 위험률이 증가하는 데 맞춰 상품에 이를 새로 반영해 보장 내용을 현실화했다. 상품 수요가 꾸준한 데다 공익적인 성격도 있기 때문에 비갱신형 보험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월평균 2700건 안팎의 가입 실적을 올린 신한콜하나로 암보험은 지난 8월 3600건으로 판매실적이 급증했다. 나승태 kdb생명 홍보과장은 “대형 생보사들이 판매하지 않는 틈새시장이고 찾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⑤ 종신보험의 허상

평균수명 길어지면서 실효성 떨어져






보험설계사들에게 수당이 가장 많이 지급되는 보험이 바로 종신보험이다. 보험설계사 오 모 씨는 “보험료 기준으로 수당이 가장 많은 보험”이라고 귀띔한다. 국내에 외국계 보험사가 처음 종신보험을 들여왔을 때, 보험업계는 “죽을 때까지 아무리 힘들어도 도움이 안 되고, 죽어서야 보험료를 받는 게 무슨 보험이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2000년대 종신보험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보험회사들은 너도나도 종신보험 판매에 나섰다. 현재 종신보험 가입건수는 1200만건이 넘는다.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는 지난해에만 17조원을 넘었다.

종신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사망 시 보험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를 보험회사 화법으로 바꾸면 ‘죽을 때까지 보장해준다’가 된다. ‘사망 원인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보장범위가 가장 넓다’로 바뀐다. 그래서 종신보험은 보장범위가 가장 넓고, 보장기간이 가장 긴 보험으로 불린다. 종신보험의 이 같은 성격은 보험료가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종신보험은 대개 보험료가 10만원대를 훌쩍 넘고, 20만원대도 적지 않다. 올해 새로 계약한 종신보험을 기준으로 월평균 납입액을 계산하면 16만원이다. 그럼에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월급쟁이 가장들이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1200만건의 가입건수는 연금보험 780만건(2010년 6월 말 기준)에 비해서도 훨씬 많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종신보험이 서민용 보험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대표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종신보험에만 가입했다면 값비싼 보험료를 내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얼마나 이득이 될까. 40대 초반 남 모 씨는 월 12만원씩 납입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별다른 특약 없이 사망 시 1억원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남 씨는 1년에 144만원씩 30년을 납입해도 4320만원에 지나지 않는데, 언제든 죽게 되면 가족에게 1억원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이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이율 5%로 30년 동안 복리로 계산하면 남 씨가 납입한 보험료는 총 9567만원에 이른다. 남 씨 보험료는 이미 70세 초반에 1억원을 돌파한다. 2008년 기준 남자의 평균수명은 76.5세다. 1989년 66.9세에서 20여년 만에 10세가량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30년 후면 더 길어질 평균수명도 고려해야 하고, 자녀가 성장해서 생산활동을 시작하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고를 대비하는 게 아니라면 종신보험은 득이 되지 않고, 굳이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면 종신보험보다는 정기보험이나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게 낫다”고 권유한다.

30~40년 후에 받게 되는 돈의 가치도 따져봐야 한다. 사망 시 1억원의 가치는 30세 남성이 80세에 사망할 경우 물가상승률을 3%로 산정하면 2280만원의 가치에 지나지 않는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어떨까. 종신보험은 안정적인 가입기간에 소비자가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가 많으므로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반가운 보험이다. 더불어 중간에 해약한다고 해도 환급금이 미미하다.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의 저자 김미숙 씨는 책 집필을 위해 9개월 동안 종신보험에 직접 가입했다. 김 씨가 납부한 보험료는 총 122만5600원이지만, 해약할 때 받은 환급금은 2만543원에 불과했다. 보험회사들은 해약 시 적은 환급금에 대해 “사망 시 많은 보험금을 보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종신보험은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와 상속의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효용가치를 발휘한다. 보험설계사 오 씨는 “상속을 위해 월 납입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종신보험이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자녀가 만 23세가 넘으면 보험료 납입자 명의를 자녀로 바꿔 상속세를 피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종신보험은 대개 특약을 통해 사망 전 질병을 보장하거나, 연금보험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박은주 보험소비자연맹 상담실장은 “일부 종신보험은 특약을 통해 다양한 보장이 가능하다고 선전하지만, 특약에 집중한다면 굳이 비싼 종신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⑥ 알 수 없는 보험사 사업비

사업비 꽁꽁 숨기니 보험 비교 불가능






일반적으로 보험 상품은 사업비가 적을수록, 수익률이 높을수록 계약자에게 유리하다.

각 보험의 사업비와 수익률이 정확하게 알려진다면 그에 따라 보험을 선택할 수 있어 좋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다. 보험계약자들이 접할 수 있는 사업비와 수익률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다.

일단 사업비를 보면, 현재 보장성보험의 구체적인 사업비 내역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상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장성보험의 사업비 비중은 보험료의 28%에 이른다. 연 100만원을 보험료로 납부하면 실제 보험료로 활용되는 금액은 72만원밖에 안된다는 의미다. 한편 일부 저축성보험은 사업비 규모가 공시된다. 지난해 4월부터 변액연금보험과 변액유니버설보험의 사업비 내역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10월부터는 금리연동형 저축성보험 사업비 내용도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저축성보험의 사업비가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공개되지 않는 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보험계약자 입장에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공시되기 때문이다.

사업비를 파악하려는 이유는 결국 저축성보험의 수익률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계약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돈만이 투자 재원이 된다. 투자 재원이 되는 돈은 특별계정이라는 별도 계정으로 보내진다. 결국 특별계정에 돈이 언제, 얼마씩 갔는지를 알아야 정확한 수익률을 계산해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알 수 없으니 결과적으로 수익률을 계산해낼 수가 없다.

보험 계약을 해약할 경우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인 해약환급금에 대한 정보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해약환급금은 보험 계약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정보다. 문제는 납입보험료별로 특별계정 투입 금액과 해약환급금을 산정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한 가정이 상품별로 제각각이고 비구체적이라는 것. 따라서 한 보험 상품의 해약환급금을 같은 유형의 다른 보험 상품의 해약환급금과 비교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컨대 현재 보험 상품 공시에 따르면 신한생명의 ‘무배당신한TOP PLAN변액유니버셜보험골드’의 경우 일시납 보험료 1억원, 남자 35세, Tops SRI주식혼합형에 100%를 투자할 경우를 가정하고 특별계정 투입 금액을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ING생명의 ‘무배당파워변액유니버셜보험’은 남자 40세, 주식형, 보험가입금액 2500만원, 월납, 기본보험료 50만원을 기본적으로 가정한다. 보험 계약자들이 공시를 꼼꼼히 뒤진다고 해도 이 두 상품 중 어느 상품이 보다 좋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현재 변액보험 상품 수익률은 현재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된다.

그런데 변액보험은 판매 상품 규모는 공시하지 않고, 변액보험 펀드 운용 규모만 공시한다. 따라서 보험계약자들은 개별 상품에 어느 정도 보험금이 투입됐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예컨대 8월 12일 기준 교보생명의 변액보험인 ‘아시아퍼시픽혼합형’ 펀드의 운용 규모가 260억4700만원이라는 사실은 공시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실제 운영되는 6개 보험((무)교보변액유니버셜보험(보장형), (무)교보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Ⅰ/Ⅱ, (무)교보베스트플랜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무)교보VIP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 (무)교보변액유니버셜종신보험Ⅲ) 가운데 어떤 상품에 어느 정도의 돈이 펀드로 투입됐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보험사들이 사업비와 수익률 등 핵심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보험 가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보험 상품을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입자들은 정확한 상품 비교 분석을 못한 상태에서 그저 보험설계사들의 조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보험을 둘러싼 비밀 7가지] ⑦ 자동차보험의 진실

외제차 피해 과장해 억대 보험 들도록 유도






지난해 쏘나타 운전자가 이탈리아제 고급 스포츠카를 운송하던 탁송차와 충돌, 거액의 피해금액이 나온 것이 화제가 됐다. 당시 쏘나타 운전자는 1억원의 대물배상보험(잠깐용어 참조)에 가입했지만 사고 차량이 4억원이 넘는 고가라 개인이 나머지 비용을 물어야 했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운전자 사이에서 고액 대물배상보험 가입이 유행처럼 번졌다.

일부 설계사들도 “보험료 1~2만원만 더 내면 최소 2억원에서 5억원까지 억대 보장을 받을 수 있어 외제차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가입자들에게 고액 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현재 대물배상보험 가입금액 범위는 1000만원, 2000만원, 3000만원, 5000만원, 1억원, 2억원, 3억원, 5억원 순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 8월 7000만원이 추가됐다. 현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은 1000만원까지는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가장 많은 가입자가 선택하는 대물 보장기준은 2005년에는 3000만원(49.6%)이었으나 지난해 1억원까지 늘려 보장받는 가입자가 76.5%로 가장 많았다. 동시에 2억원 이상 대물배상도 급증했다. 2006년 2.6%에 불과했던 2억원 이상 대물배상은 지난해 5.2%에 이어 올해 3월 9.5%까지 늘어 10%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외제차 수입대수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등록된 수입차는 총 6만993대로 2000년 4414대의 13.8배, 1990년 2325대의 26.2배다.

전문가들은 외제차 ‘사고폭탄’을 두려워하는 보험자들의 심리는 이해되지만 외제차가 많지 않은 지역이 아니라면 굳이 고액의 억대 보험에 들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정태윤 보험개발원 자동차보험본부 상품팀장은 “보험료 간 큰 금액 차이가 나는 게 아니지만 실제 1억원 이상의 대물피해가 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무작정 고액 보험에 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고액보험으로 갈수록 상품 간 보험금 차이가 적은 것도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부분이다. 보험개발원에서 예시한 중형차의 대물배상 보험료를 보면 3000만원과 5000만원을 보상해주는 대물보상 보험료는 각각 21만1800원, 22만3000원이다. 두 상품의 1년 보험료 차이는 1만1200원이다.

반면, 1억원을 보상해주는 대물보상 보험료는 22만7900원으로 5000만원 상품과는 4900원 차이에 불과하다. 5000만원을 대물보험을 생각했던 소비자라면 5000원을 더 내고 1억원 상품에 가입할 확률이 높다. 3억원과 2억원 보험 간의 차이도 6000원에 불과하다.

한 보험 전문가는 “소비자 입장에선 큰 금액이 아닐지 몰라도 1대당 5000원씩 더 내면 보험사는 1년에 수백억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더 받아내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보험사 측에선 “고액으로 갈수록 사고 확률이 적어지기 때문에 보험료 간 금액차이가 적다”고 항변하지만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보험사에선 1억원이 지급되는 사건이 실제 얼마나 되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수입차가 늘어났기 때문에 억대 보험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실제 억대 사고가 얼마나 나는지는 보험사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료가 오르는 데는 대차료제도의 취약함이 한몫했다. 대차료는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차 수리기간 피해자가 다른 자동차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대여차량 비용을 보험사가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부 렌터카 업체들이 약관상 명확한 대차료 지급기준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과도하게 청구해왔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피해자가 차를 빌리지 않을 때 지급되는 금액(비대차료)이 적었기 때문이다. 차량 피해자의 상당수는 차량 렌트 대신 비대차를 원했지만 비대차료가 실제 대차료의 20%에 불과해 불만이 높았고 일부 렌터카 업체에선 소비자에게 돈을 주면서 대차선택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는 결국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에선 최근 내년 상반기 중 현재 대차료의 20%인 비대차료 지급액을 30%로 10%포인트 상향 조절하기로 했다. 과도하게 지급되는 대차료를 줄여 비대차료 지급액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입차 운전자들의 보험료는 크게 올랐다. 9월부터 자동차 보험료가 기본보험료 기준으로 평균 4% 정도 올랐지만 수입차 운전자의 체감 인상폭은 이보다 훨씬 커졌다. 이유는 지난 4월 ‘차량 모델별 등급제도’가 개선되면서 제작사별로 같은 보험료를 적용받던 외제차의 등급이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차종별로 21등급으로 세분화됐기 때문이다. 결국 수입차 운전자들은 기본보험료 4% 인상분 외에 추가로 자차보험료 인상분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수리비와 부품값이 비싼 수입차의 자차보험료는 최고 45%까지 올랐다.

잠깐용어 대물배상보험
자동차 사고로 다른 운전자의 차량을 훼손했을 때 수리비 등 각종 손실 등을 가입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자동차보험 담보를 말한다. 가입금액 한도 내에서만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도를 넘는 비용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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